PCB용 EDA 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통합 플랫폼 때문이다. 메이저 업체들은 다양한 포인트 툴 기능을 자사의 설계 플랫폼에 통합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일부 하이엔드 시뮬레이션 툴들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PCB CAD 툴 시장에서는 혁신적인 기술의 등장이나 신제품의 출시와 같은 변화 소식이 한 동안 뜸했었다. 사실 PCB CAD 툴 시장은 전체 EDA 산업 매출의 약 15% 정도 규모로 메이저 EDA 업체들과 소수 중소업체들이 나누어 먹기에는 그다지 시장의 파이가 큰 편이 아니다.
특히 PCB CAD 분야에서는 지난 수년간 수십 건의 인수합병이 반복되면서 선두 기업들에 의해 시장 구조가 일정 정도 고착되었다. 멘토 그래픽스는 PADS를 인수했으며, 케이던스는 OrCAD를, 주켄(Zuken)은 CADSTAR를 인수하면서 중소형 PCB CAD 툴 기업이 거의 사라졌다.
이로써 메이저 PCB CAD 업체들은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자사 툴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여 이중적인 가격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실제로 국내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케이던스와 멘토, 주켄은 PADS와 OrCAD, CADSTAR 제품들을 대리점 영업에 국한하여 이원화된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상황에 따라 신생기업의 활동이나 새로운 기술 또는 제품 발표 소식은 접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PCB CAD 툴은 여전히 전자 시스템 설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이며, 최근 들어 PCB 설계 플로우 상에서 비교적 새로운 기술적 시도와 이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반도체용 EDA 툴 분야에서는 45nm 또는 그 이하의 초미세 공정과 저전력 설계 기술과 같은 해결 과제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PCB 설계 분야에서 해결해야 하는 숙제들은 무엇이 있을까.


PCB 설계의 이슈들
먼저 PCB의 동작 속도 또한 칩과 함께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미세 피치를 갖는 초소형 패키지의 칩을 PCB에 실장하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칩과 패키지, PCB로 이어지는 시스템 전체에서 SI(Signal Integrity)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높은 클럭 속도에 의해 발생하는 EM (ElectroMagnetic) 문제, 그리고 열 발산 문제 등도 꼽을 수 있다. 또한 PCB 설계 정보가 그대로 양산 과정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DFM(Design for Manufacturing)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문제점들은 PCB 설계 플로우 상에서 스키매틱(Schematic) 정의나 레이아웃(Layout) 등의 작업을 하는 PCB CAD 툴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따라서 일반 PCB CAD 툴 시장은 그다지 크게 성장하지 않고 있지만, PCB 설계 시뮬레이션을 위한 가상 프로토타입 툴과 다양한 분석 툴들은 새로운 기회를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포인트 툴을 제공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이 되자 그간 시장을 예의주시해 온 대형 PCB CAD 툴 업체들은 앞다투어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시뮬레이션과 분석용 툴들을 자사의 CAD 툴에 통합시키면서 PCB 설계와 분석, 양산까지를 아우르는 통합 설계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메이저 업체들은 다시 한번 인수합병 카드를 꺼내들거나, 업체 간 공동 개발 등으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툴의 급성장
가트너(Gartner)의 'EDA 시장 추세' 보고서는 이 같은 동향에 대해서, 시뮬레이션과 분석 과정을 설계 플로우 안에 통합하여 스키메틱과 레이아웃 그리고 분석까지 동시에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PCB EDA 분야의 새로운 트랜드라고 언급하고 있다.
데이터퀘스트(Dataquest)에 따르면 SI와 PI(Power Intergity), 타이밍 분석, EM 특성, 열 특성과 같은 분야의 분석 툴들이 오는 2009년까지 9% 수준의 연평균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특히 일부 분석 툴들은 가상 프로토타입 툴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이를 통해 PCB 설계 플로우 상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시뮬레이션이나 분석 툴과 같은 포인트 툴의 성장세는 국내에 진출한 업체들의 성과에서도 나타난다. 안소프트 코리아의 경우 최근 3년 사이에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2006년과 2007년에는 130% 수준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시뮬레이션 툴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애질런트의 ADS 역시 국내에서 매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최근까지 PCB 설계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RF와 같이 각 분야별로 전문 엔지니어가 분리되어 각각 설계 작업을 하고 결과물을 종합하여 설계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은 각기 다른 설계 환경에서 다양한 포인트 툴을 활용해 왔다.
일반적으로 PCB 설계자들은 크게 시스템 설계, 시스템 검증, 레이아웃, 구성 데이터 생성이라는 4단계의 PCB 설계 플로우를 따른다. PCB 설계자들은 특히 시스템 검증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전자제품의 소형화, 고성능, 다기능화로 인해 PCB의 설계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설계자들은 고속 신호 처리와 RF 및 혼합신호 회로 설계 그리고 SI와 PI, 열 발산, EM 분석과 같은 생소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툴 간 통합 완성도의 향상
이처럼 설계 데이터의 분석 작업을 포함하는 시스템 검증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과거 IC 설계에 주력하던 업체들도 PCB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SI 분석같은 시뮬레이션 툴은 시장의 교차점에 서있는 분야로 IC와 패키지 그리고 PCB로 이어지는 시스템 동시설계의 측면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케이던스의 경우 일찌감치 자사의 알레그로(Allegro) 툴에 SI 분석을 비롯한 시뮬레이션 툴을 통합하여 제공했는데, 최근 들어서 툴 간의 기능 통합 완성도가 비교적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의 다수 사업부에서 멘토와 주켄의 툴을 케이던스 툴로 점차 대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확인되거나 실제적인 매출 변화로 나타난 결과치는 없는 상태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소문의 배경으로 "전자 제품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PCB용 툴 간의 통합 완성도가 높은 솔루션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결과"라면서, "최근에는 멘토와 주켄 쪽에서도 통합 설계툴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케이던스 코리아의 서용성 차장은 "이전에 스펙트라퀘스트(SpectraQuest)로 알려진 툴을 알레그로 통합 설계 환경에 통합하여 알레그로 PCB SI라는 명칭으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또한 ADS 툴과도 호환되기 때문에 RF 회로 분야도 알레그로 환경에서 연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의 PCB용 EDA 툴 시장을 살펴보면 신기술의 등장보다는 RF와 혼합신호 회로, SI, DFM 등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메인 플랫폼에 통합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결국 PCB CAD 툴을 메인 프레임으로 하여 여기에 다양한 포인트 툴 기능을 흡수한 통합 설계 플랫폼의 등장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사용자들이 기존의 CAD 툴과 시뮬레이션 툴을 따로 사용하는 설계 환경에서 불편함을 느낄 뿐 아니라, 개발기간과 비용의 증가라는 문제에 부딪히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툴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합 설계 플랫폼
케이던스가 한발 빨리 PCB용 EDA 시스템에 통합 설계환경을 도입했지만, 최근 멘토와 주켄의 대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멘토는 자사의 익스피디션 엔터프라이즈(Expedition Enterprise)나 보드스테이션XE(Board Station XE)를 기반으로 한 PCB 설계 플로우에 애질런트의 RF PCB 설계와 시뮬레이션용 툴인 ADS(Advanced Design System)를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RF 회로 설계자와 디지털 회로 설계자가 통합된 환경 하에서 혼합신호 PCB를 원활하게 설계하는 한편, 작업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이다. 멘토는 이번에 발표한 ADS와의 연동이외에 SI 분석용으로 'ICX PRO'를 자사의 익스페디션 환경에 통합하여 제공하고 있다.
주켄 또한 자사의 PCB 설계 플로우 상에 통합되어 있는 '라이트닝(Lightning)' 툴을 통해 시스템 검증 작업을 지원한다. 이전까지 '핫 스테이지(Hot Stage)'로 알려져 있던 툴을 통합 설계 플랫폼인 CR-5000 안에 통합하면서 이를 라이트닝이라고 명명했다.
한국주켄의 윤창선 부장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프리/포스트 레이아웃(Pre/Post-Layout) 단계에서 본격적인 시뮬레이션이나 분석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기술력이나 연구개발 수준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통합 설계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체 시스템적으로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및 디지털, RF 등 분야별로 각각 엔지니어들이 PCB용 CAD 툴과 시뮬레이션을 위한 포인트 툴을 혼용하고 있는 지금 단계에서 사업부 전체 또는 기업 전체적으로 설계 환경을 변환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윤창선 부장은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패키지와 PCB의 동시설계나 DFM 같은 이슈들이 점차 부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결국 통합 설계 플랫폼은 필요할 것"이라며, "통합 설계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개발 기간 단축이나 비용절감, 효율성 등의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통합의 난이도
이처럼 메이저 업체들이 PCB용 통합 설계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포인트 툴의 기능을 흡수하고 있지만, 그 성능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이엔드급의 시뮬레이션 툴을 통합 설계 플랫폼 안으로 흡수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EDA 업체들의 입장에서 비용 효율적인 통합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통합 설계 플랫폼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이저 EDA 업체들이 지금껏 잘 활용해 온 인수합병 전략도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졌거나 기술적으로 통합이 어려운 툴의 경우는 써먹기가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PCB용 시뮬레이션 툴 중에서도 하이엔드급으로 통하는 안소프트의 해석 툴들은 현재 마땅한 경쟁 솔루션이 없는 상황으로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소프트 코리아의 금용조 지사장은 "이제 SI는 엔지니어들 사이에 비교적 익숙한 편지만, 이에 반해 PI(Power Integrity)는 아직까지 생소한 분야"라면서, "전원노이즈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로 PI로서 이는 EM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해석법이다. 이제는 전원부의 설계와 배치에 관해서도 정밀한 해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최근 전자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단일 보드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다수의 보드를 커넥터와 케이블로 연결하게 된다"면서, "일반적인 시뮬레이션 툴로는 이 같은 대형 시스템에 대한 분석이 불가능하다. 하이엔드 툴만의 영역이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기술적인 난이도에 의해서 툴의 기능 통합이 어려운 것과 달리 통합 설계 플랫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도 있다. EDA 업체들은 대부분 사용자들의 공통적인 요구를 파악하고 이에 가장 적합한 툴을 개발, 제공한다. 이 경우 고객들의 툴에 대한 요구가 대체로 유사하고 EDA 업체들이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적정한 수준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일률적인 통합 플랫폼이 고객의 요구사항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이 같은 사례의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바로 PCB용 DFM 툴 분야이다. 반도체 또는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독자적인 공정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새로운 공정 기술 중 일부는 제품의 설계 방식에 변화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일률적인 통합 플랫폼이나 포인트 툴로는 대응하기 힘든 경우가 된다. 다시 말해서 맞춤형 EDA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DA, 국내 기업에도 기회
이런 경우 새로운 요구에 맞는 툴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없기 때문에 상용 EDA 업체가 이에 맞는 툴을 개발하기에는 경제적으로 합리성이 떨어지며, 이는 메이저 EDA 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바로 여기에서 전문 포인트 툴 업체에게 기회가 생긴다.
국내의 경우 폴리오그의 사례가 이와 유사하다. 이 업체는 PCB 데이터 뷰어(Viewer)를 중심으로 최근에는 DFM/DFE 툴을 통해 시장에 진입했다. 고객 맞춤형 툴과 서비스를 핵심 경쟁력으로 하는 이 업체는 특히 주요 메이저 EDA 업체들이나 해외 포인트 툴 업체와 달리 근접 기술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의 요구사항에 따라서 툴의 다양한 업데이트가 신속하게 진행되며, 엔지니어들 간의 소통도 밀접하게 이루어진다.
또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의 경우 설계 플랫폼에 대한 주요 정보들이 온전하게 고객의 소유가 된다. DFM 솔루션의 경우 설계와 양산 공정에 대한 기술을 EDA 업체와 공유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적화된 설계 환경을 위해서는 고객의 라이브러리에 기반한 툴 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어떤 고객들은 독자적인 노하우와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그러한 요건을 EDA 업체들과 공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툴을 개발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민감한 부분에서 결국 고객 맞춤형 솔루션은 서비스 일환으로 제공하거나 또는 고객이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결국 이 같은 IP 문제는 고객과 EDA 업체 간에 조정을 통해서 기밀이 보장되거나 맞춤형 툴을 상업적으로 제공할 수도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부가적인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이처럼 EDA 시장의 기술 트랜드의 변화와 시장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면, EDA 시장은 국내기업들에게 더 이상 불모지가 아닐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실리콘 밸리에서는 눈에 띠는 성능을 갖춘 원 포인트 EDA 툴을 개발하여 시장에 등장했다가 메이저 EDA 업체들에게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굳이 메이저 EDA 업체들에게 매각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성공한 토종 EDA 기업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출처 : NE Asia-Korea 글_최정선 기자(ain@doobee.com)